SPORTS FOR ALL
Sports여섯 명의 움직임, 여섯 개의 스포츠


패러게임을 앞두고 이천선수촌에서 훈련 중인 여섯 종목의 선수들을 만났습니다. 태권도, 펜싱, 테니스, 역도, 보치아, 시각축구. 서로 다른 경기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하나의 질문을 건넸습니다. 스포츠란 어떤 의미인가요.
누군가는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노력이라고 했고, 누군가는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하는 감각이라고 답했습니다. 공을 하나씩 굴리며 만들어 가는 자신만의 인생이라는 대답도, 혼자서는 해낼 수 없는 일을 함께 이루어 가는 삶의 희망이라는 대답도 있었습니다.
여섯 종목은 경기 방식도, 몸을 사용하는 기술도 다릅니다. 그러나 이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몇 가지 공통된 장면을 발견하게 됩니다. 공을 굴리고, 발을 뻗고, 바벨을 들어 올리기까지. 짧은 동작 하나에 쌓인 수많은 반복과 그 시간을 함께해 온 사람들이 있습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스포츠를 이어 온 여섯 선수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PARA TAEKWONDO
이평강 선수
이평강 선수는 카메라 앞에서 조금 쑥스러운 듯했다. 코치와 이야기할 때에야 자연스럽게 웃었고, 훈련을 시작하자 움직임이 달라졌다. 2025 아시아 파라태권도선수권대회 금메달, 2026 로마 월드그랑프리 은메달을 획득했다.

- Q. 상대에게 빠르게 접근해 공격을 이어가는 편이라고요. 발차기가 정확히 들어갔다는 건 어떻게 느끼시나요?
- 상대에게 가까이 붙어서 빠르게 공격하는 걸 좋아해요. 발차기가 호구에 제대로 들어가면 발끝에 '딱' 하고 맞는 감각이 전해져요. 그 한 번을 위해 발목과 코어를 집중적으로 훈련하죠. 저와 체격이나 경기 스타일이 비슷한 배준서 선수의 영상도 자주 보면서 공격 방식을 연구해요.
- Q. 매일의 훈련이 늘 즐겁지만은 않을 텐데요. 그럼에도 다시 도복을 입고 경기장에 서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요? 스포츠가 갖는 의미도 궁금합니다.
- 시합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 기쁘죠. 그런데 그 결과를 만들기까지 훈련했던 시간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요. 매일 연습한 것이 경기에서 통하는 순간이 좋거든요. 저에게 스포츠는 그렇게 한계를 넘어 노력하는 일이에요.

WHEELCHAIR FENCING
권효경 선수
권효경 선수는 상대와의 거리가 정해진 휠체어 펜싱 경기에서 작은 반응을 놓치지 않는다. 찰나의 타이밍에 상대의 빈틈에 검을 찔러 넣는다. 팔에 나비 타투가 새겨져 있어, '나비 검객'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 Q. 휠체어 펜싱은 상대와의 거리가 고정된 상태에서 경기가 이루어집니다. 그 안에서 찌를 순간은 어떻게 찾아내나요?
- 저는 에페(Épée, 펜싱의 세 종목 중 하나로, 허리 위 상체 전체가 유효 타격 부위)를 주로 하는데, 상대와 검 사이의 거리를 읽는 게 중요해요. 제가 먼저 움직임을 줬을 때 상대의 가드가 어떻게 올라오는지, 몸 전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펴요. 그러다 보면 순간적으로 찌를 타이밍이 보여요. 물론 기본기가 정확해야 해요. 동작이 조금만 흐트러져도 포인트를 놓칠 수 있거든요.
- Q. 월드컵 경기에서 자신도 몰랐던 기술이 나왔다고요.
- 경기 도중 저도 모르게 새로운 기술을 구사했는데, 그게 연속으로 성공한 적이 있어요. 평소 반복했던 훈련이 몸에 남아 있었던 것 같아요. 펜싱은 순간적인 판단도 중요하지만 결국 체력전이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기본 동작을 꾸준히 연습하고, 러닝과 웨이트 트레이닝도 병행해요.
- Q. 처음에는 검을 쓰는 운동이 낯설었다고 하셨습니다. 지금은 무엇이 가장 재미있나요? 권효경 선수에게 스포츠란 어떤 의미인가요?
- 처음에는 펜싱을 전혀 몰랐어요. 검을 사용하는 운동이라 위험하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직접 해보니 상대의 움직임을 읽고 정확한 타이밍에 찔러 포인트를 얻는 순간이 정말 짜릿하더라고요. 저는 스포츠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나이나 신체적 조건에 관계없이, 약자든 노인이든 차별성이 없이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것이 스포츠의 매력이죠.

WHEELCHAIR TENNIS
임호원 선수
테니스장에서 만난 임호원 선수의 티셔츠는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코트 건너편 선수와 웃음을 주고받다가도 공이 넘어오면 곧장 움직였다. 2022 항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 휠체어 테니스 남자 복식 금메달리스트로, 현재 한국스포츠레저 소속이다.

- Q. 상대의 움직임을 읽고 역습하는 스타일이라고 들었습니다. 공이 넘어오기 전 무엇을 보시나요?
- 상대가 어디에 서 있는지, 어떤 자세로 치는지 봐요. 폼을 보면 공이 어느 쪽으로 올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거든요. 같은 선수들을 여러 번 만나면서 습관이나 약점도 알게 됐고요. 공을 주고받으며 기회를 만들다가 상대가 받기 어려운 곳으로 빠르게 공격해요.
- Q. 휠체어 테니스에서는 공이 두 번 바운드될 때까지 칠 수 있습니다. 그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시나요?
- 공을 치자마자 다음 공을 생각해요. 공격할 기회가 보이면 바로 움직이고, 수비할 때는 두 번째 바운드를 활용하죠. 어릴 때부터 휠체어를 타서 움직이는 데는 자신 있어요. 공이 어디로 오든 끝까지 따라가려고 해요.
- Q. 열한 살부터 테니스를 해오셨습니다. 임호원 선수는 스포츠의 범위를 어디까지라고 생각하시나요?
- 사실 올해 초에는 컨디션이 좋지 않아 힘들기도 했어요. 그래도 열한 살부터 지금까지 해온 운동이고, 앞으로 치러야 할 대회도 많으니까요. 가족과 조카를 보면서 힘을 얻기도 해요. 저는 스포츠가 단순히 몸을 움직여 승부를 겨루는 일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요즘은 e스포츠도 스포츠로 인정받잖아요. 몸을 움직이는 방식은 달라도 보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게 스포츠라고 생각해요. 밖으로 나오는 걸 두려워하는 장애인분들도 여러 운동을 경험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스포츠가 사람들을 만나고 세상을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으니까요.

PARA POWERLIFTING
김형희 선수
서른여섯 살에 생각지도 못하게 역도를 시작했다. 운동에는 전혀 관심도 없었는데, 역도를 시작하니 허리 통증이 사라지면서 점점 재미가 붙었다.

- Q. 100kg가까이 되는 바벨 아래에 누우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 하나예요. 무조건 들어 올려야 한다는 생각. 바벨을 가슴까지 내리고 잠시 멈췄다가 팔을 완전히 펴야 성공이에요. 무게도 무게지만 정해진 동작대로 정확히 움직여야 하죠.
- Q. 지난해 110kg을 들어 올렸던 순간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요.
- 개인전에서는 1차 시기만 성공하고 2, 3차 시기는 모두 실패했어요. 그런데 단체전에서 감독님이 오히려 챌린지가 되는110kg를 신청하셨고, 그 무게를 들어 올렸죠. 평소 손목이 아파 파스를 뿌리기도 하는데, 성공한 순간에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어요. 바벨을 내려놓고 나서야 아프다는 걸 알았죠.
- Q. 통증도 있고 기록에 대한 압박도 있는데, 계속 바벨을 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 기록을 계속 깨야 한다는 압박감 있죠. 그런데 성공했을 때의 성취감이 더 커요. 사실 처음에는 다른 사람의 권유로 시작했어요. 허리가 좋지 않았는데 운동을 하면서 오히려 좋아졌고, 몸의 균형도 달라졌어요. 지금은 무거운 중량 때문에 다시 아픈 곳도 있지만요. 저에게 스포츠는 살아 있다는 걸 느끼게 하는 일이에요. 운동을 하면서 제 삶이 실제로 좋아졌으니까요.

BOCCIA
최예진 선수 · 문우영 경기 파트너
최예진 선수와 어머니 문우영 씨는 오랜 시간 보치아 경기 파트너로 함께해 왔다. 보치아는 흰색 표적구에 공을 최대한 가까이 보내 점수를 겨루는 패럴림픽 종목이다. 최예진 선수는 공의 방향과 전략을 결정하고, 문우영 씨는 그 의도를 읽어 경사 장치인 홈통을 조절한다. 최예진 선수는 현재 세계 랭킹 1위다.

- Q. 열아홉 해 동안 함께 경기를 치렀는데도 예진 선수가 어머니에게 알려주지 않는 기술이 있다고요?
- 예진이는 수비보다 공격을 좋아해요. 자기만의 기술을 따로 연습하는데 엄마한테도 안 알려줘요. 영업 비밀이라고요. 경기할 때는 눈과 입의 움직임을 살피면서 공을 어느 방향으로 보내고 싶은지 읽어야 해요. 저는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죠. 예진이에게만 집중해야 하니까요.
- Q. 공이 원하는 곳으로 갔다는 건 어떻게 아시나요?
- 잘 보냈다 싶으면 손을 들면서 좋아해요. 자기 의사가 분명한 선수예요. 처음에도 공을 잘 다뤄서 체육 선생님 권유로 보치아를 시작했어요. 그때는 목을 가누기도 어려웠는데 운동하면서 목을 움직이고 시선을 맞추는 것도 달라졌죠.
- Q. 두 분에게 보치아는, 스포츠는 어떤 의미인가요?
- 공 하나하나를 굴리면서 자기만의 인생을 살아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예진이에게 보치아는 직업이자 삶이에요. 보치아가 없으면 자기도 없다고 할 만큼요. 저도 예진이와 함께 공을 굴리면서 하루하루를 보냈어요. 오늘도 보치아를 하며 하루를 잘 살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BLIND FOOTBALL
곽창현 선수 · 김자온 가이드
시각축구에서는 공이 움직이는 동안 관중도 함성을 멈춘다. 선수들이 공 안의 방울 소리와 동료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만난 여섯 종목 중 유일한 팀 스포츠. 곽창현 선수는 보이지 않는 동료가 약속한 자리에 있을 것이라 믿고 공을 보낸다. 골대 뒤의 김자온 가이드는 거리와 방향, 슈팅할 순간을 짧은 말로 전한다. '열둘', '왼쪽 두 발', '때려'. 몇 마디가 하나의 공격이 되기까지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자리에서 같은 장면을 만들어 간다.


곽창현 선수
- Q. 경기 중에는 어떤 소리에 가장 집중하시나요?
- 관중석에서 웅성거리는 소리도 들리고 상대 팀 선수와 감독의 목소리도 들려요. 그중 공 소리와 우리 팀 선수들, 감독님의 목소리에 집중하죠. 저는 주로 수비를 맡아요. 동료들이 공격할 시간을 벌고 공을 배급하는 역할도 해요. 눈에 보이지 않아도 훈련한 위치에 동료가 있을 거라고 믿고 패스하죠. 그 공이 골로 이어질 때가 좋아요.
- Q. 서로의 위치가 보이지 않는 경기에서 부딪히거나 다칠까 두렵지는 않나요?
- 두려움이 있죠. 부딪혀 다치면 다음 대회에 못 나갈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도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만큼 두려움을 이겨내려고 해요.

- Q. 유도를 하다가 축구를 시작하셨다고요. 지금도 계속 뛰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 유도를 하다가 부상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어요. 그러다 축구를 시작하면서 다시 사람들을 만나고 삶의 활력을 얻었죠. 더 좋은 선수가 돼서 시각축구 발전에 보탬이 되고 싶어요. 후배들이 운동할 수 있는 환경도 좋아졌으면 하고요. 저에게 스포츠는 삶의 원동력이자 희망이에요.


김자온 가이드
- Q. 골대 뒤에서 가이드가 외치는 말은 무척 짧습니다. '열둘', '왼쪽 두 발', '때려'. 이 몇 마디에는 어떤 정보가 담겨 있나요?
- 선수가 골라인에서 12m 떨어진 지점에 들어오면 '열둘'이라고 알려줘요. 그다음 골대까지의 거리와 방향, 수비수의 위치를 전달하죠. 왼쪽으로 두 발 움직여야 한다면 '왼쪽 두 발'이라고 하고, 슈팅할 순간에는 '때려'라고 외쳐요. 짧은 시간에 필요한 정보를 정확히 전달해야 해요. 선수마다 편하게 받아들이는 표현도 달라서 쉬는 시간이나 경기가 끝난 뒤에 어떤 말이 좋았는지 함께 이야기해요.
- Q. 같은 장면을 보고도 선수와 가이드의 판단이 다를 수 있겠네요. 타이밍은 어떻게 맞추나요?
- 선수가 더 움직이려고 하는데 제가 슈팅 타이밍을 알리면 판단이 엇갈릴 수 있어요. 그래서 서로 편한 신호를 계속 맞춰 가죠. 제가 전한 정보를 선수가 받아 공격이 득점으로 이어지면 성취감이 커요. 처음 가이드를 맡았던 2015년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말레이시아를 1대 0으로 이긴 경기가 기억에 남아요. 그때 가이드도 경기를 함께 만들어 가는 사람이라는 걸 느꼈어요.
- Q. 개인 종목인 육상을 하다가 팀 스포츠를 만났습니다. 무엇이 달랐나요?
- 육상을 하다가 대표팀 스태프로 들어와 시각축구를 만났어요. 혼자 뛰던 때와 달리 선수들과 소통하면서 하나의 결과를 만들어 가는 게 좋았어요. 거의 10년을 함께하다 보니 이 운동이 더 좋아졌고요. 저에게 스포츠는 제 자신이에요. 이제는 놓고 싶지 않은 일이 됐죠.
